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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종차별③] 박수미 '두레방'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 소장-가수하러 왔다가 '주스걸' 전락
오승은
관련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1985&CM…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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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하러 왔다가 '주스걸' 전락
성매매피해 지원도 차별받는 외국인
[한국의 인종차별③] 박수미 '두레방'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 소장
 
14.08.11 16:23l최종 업데이트 14.08.11 18:01l손지은(93388030)

가수하러 왔다가 '주스걸' 전락
성매매피해 지원도 차별받는 외국인
[한국의 인종차별③] 박수미 '두레방'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지원시설 소장
 
14.08.11 16:23l최종 업데이트 14.08.11 18:01l손지은(93388030)

오는 9월 29일, 무토마 루티에르(Mutuma Ruteere) UN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땅을 밟는다. 그의 방한에 맞춰 'UN인종차별특보 방한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사무국'은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 내에 자리잡은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연속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종주의 확산', '미디어 속 인종주의', '예술흥행(E6)비자 이주여성 실태'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만나 해법을 찾아봤다. [편집자말] 
 
▲ 박수미 두레방 소장 9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박수미 두레방 소장은 예술흥행(E6)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가는 이주여성들의 문제는 인종차별과 관련있다고 말했다. 
ⓒ 손지은 

지난해 2월 20대 필리핀여성 A씨는 필리핀 현지에 있는 한국 기획사의 브로커에게 "한국에서 가수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예술흥행(E6)'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왔다. 기획사가 소개한 업소에 가보니 '가수'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였고, 노래는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불렀다. 특히 업소의 강요에 의해 몇 차례 성매매도 해야 했다.

그가 항의하자 기획사는 다른 업소로 옮겨주었다. 하지만 전에 있던 곳보다 더욱 심하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업소였다. A씨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해 졸지에 미등록체류자가 된 그는, 필리핀 친구의 도움으로 경기도 평택에 있는 외국인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시설인 '두레방'을 찾았다.

2005년부터 두레방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보호하는 일을 하는 박수미 두레방 소장(34)은 이를 "명백한 인신매매"라고 정의했다. 흔히 인신매매는 납치나 감금을 수반해야 성립한다고 알지만, 요즘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따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지능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입국할 때 드는 비용을 한국기획사가 지불하고 후에 임금에서 공제하면, A씨처럼 속아서 취업을 했더라도 기획사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A씨처럼 예술흥행(E6)비자로 한해 2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입국한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에는 2622명, 2013년에는 2420명이었다. 대부분이 필리핀여성이고,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간다.

순수하게 공연을 목적으로 한 일자리도 있지만, 이들을 전부 수용할 만큼 수요가 많지는 않다. 연예인 신분으로 들어왔지만 유흥업소에 취직하면 오직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춘다.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동두천, 평택 등 기지촌에서 이들은 술을 파는 여성을 뜻하는 '주스걸'로 불린다.

박 소장은 이처럼 취업사기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은 '인종차별'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책이나 해결의지가 내국인에 비해 차별적이다 싶을 정도로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시설이다. 전국에 성매매피해상담소는 27개지만 외국인여성만을 전담하는 곳은 없다. 성매매피해자지원시설은 40개인데, 외국인이 입소할 수 있는 곳은 평택에 있는 두레방 한 곳이다. 두레방의 도움을 받아 소송으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했더라도, 별다른 보상 없이 출국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오는 9월 25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한국 안 인종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에 앞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2일에 인종차별 실태를 분야별로 점검하는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여는데, '예술흥행비자 이주여성의 실태'도 그 중 한 주제다.

다음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옥에서 박수미 소장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한 해 2000명이 '연예인'으로 들어오지만 대부분 유흥업소로

- 외국 연예인들은 어떤 경로로 한국의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에 취업을 하는가?
"필리핀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현지에 있는 에이전시가 지인이나, 길거리캐스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노래를 잘 부르는 거 같으니 연예인을 시켜주겠다", "한 달에 백만 원도 더 벌 수 있다"며 한국행을 제안한다.

이런 방법으로 사람이 모이면 한국 기획사의 도움을 받아 예술흥행비자(E6)를 취득하고, 계약된 한국 기획사가 보내주는 곳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매해 이런 방법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2천여 명 정도인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순수한 공연' 무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유흥업소 접객원으로 취업하고, 성매매를 강요받는다. '연예인'이라는 명목으로 데려와 기지촌의 '주스걸'로 활용하는 것이다."

- 유흥접객원으로 일하다 탈출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호소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필리핀 현지에서 밴드로 활동했다거나, 공연 경력이 있는 여성은 한국에 오면 당연히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런데 여기 와서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동료들이 노래는 하지 않고 손님 옆에서 말 상대를 하며 '주스'를 사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또 성적 스킨십이 있는 춤을 추기도 하고.

이 광경에 놀라 기획사에 항의하면, 거기선 업소를 바꿔주는 방법밖에 없다. E6비자를 받았으니 계속 같은 업종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매매를 강요하는 더 악명 높은 업소로 옮겨지기도 한다. 업주들이 물리적으로 문을 잠그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여권을 압수한다. 또 기획사와 1년 동안 공연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위약금을 무는 게 부담스러워서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사업장을 이탈하면 바로 미등록체류자가 되어 발각 즉시 출국된다. 여성들이 취업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것 또한 인신매매의 일종이다."

- 술 할당량을 정해두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업소 주인들이 주스 할당량을 주고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잔'을 목표로 주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휴일을 주지 않거나, 할당량인 200잔에서 1잔만 모자라도 199잔 판매한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방식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어떻게라도 할당량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한 잔 한 잔 팔아서는 채우기 어려우니 성매매를 뜻하는 '바 파인(Bar Fine)'에 나선다. '바 파인'은 손님이 내주는 벌금인데, 보통 30~40만 원을 업소 주인에게 지불하고 여성을 데리고 나간다. 그러면 업소 주인은 여성의 할당량에서 30~40잔을 제외해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성매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 예술흥행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중에 미등록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얼 뜻하는가?
"사업장을 이탈하면 비자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고용주가 신고하는 즉시 미등록체류자로 분류된다. 단속에 걸리면 강제 퇴거를 당하는 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업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장으로 간다. 가정에서 청소를 하거나 아이돌보미로 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100~150만 원 남짓 저임금을 받고 야간까지 일을 한다. 노동 환경이 열악해도 업소보다는 낫다며 만족한다."

취업 사기로 성매매 피해입고도 마땅한 구제책 없어

- 피해 여성들이 '두레방'의 지원을 받아 형사 소송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소송에 나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먼저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겐 불명예다. 아무리 강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다. 또 업주나 기획사에게 보복을 당할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고로 해당 업소가 문을 닫게 되면 같이 일했던 동료 여성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생계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여성들은 계속 거기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소송을 시작하면 취업에 제한이 있어 쉼터에만 있어야 한다. 소송을 위해서만 체류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취업을 목적으로 왔는데 취업이 제한된다면 차라리 본국으로 돌아가 무직 상태로 있는 게 낫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조용히 귀국하는 걸 택한다. 외국인 여성의 인신매매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해 오고가는 피해 여성이 50명이 넘는데 지금까지 소송을 한 케이스는 18건 밖에 되지 않는다."

-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어렵게 소송을 통해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도 법적인 구제책이 없어 본국으로 돌아간다. 피해보상금도 500만 원 정도고, 그마저도 국가가 배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부담하는 거라 상대방이 돈이 없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한 여성에게는 E6비자를 통해 입국했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업종에서 피해 기간에 상응하는 동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취업을 전제로 한 영주권까지 준다.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다가 성매매로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E6비자 발급을 중단할 수는 없다. 대신 엄격한 심사 아래 정말 순수하게 공연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에게만 발급해야 한다. 또 여성을 속이고 유흥업소로 알선한 기획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업소인 줄 모르고 알선했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취업 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적 처분이 필요하다.

노동부의 꾸준하고 실효성 있는 사후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업소들이 야간에 영업하는 데 반해 노동부의 관리감독은 주로 낮시간에 이뤄진다. 실효성이 없다. 또 상담한 여성들이 진술하기로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업소에 온 적이 있는데, 업주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업주들이 여성들을 불러놓고 입단속을 시키기도 한다. 미리 통보하고 단속에 나선다는 뜻이다. 형식적 관리감독이 아니라 내실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태그:예술흥행비자, 인신매매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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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9일, 무토마 루티에르(Mutuma Ruteere) UN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땅을 밟는다. 그의 방한에 맞춰 'UN인종차별특보 방한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사무국'은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 내에 자리잡은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연속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종주의 확산', '미디어 속 인종주의', '예술흥행(E6)비자 이주여성 실태'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만나 해법을 찾아봤다. [편집자말] 
 
▲ 박수미 두레방 소장 9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옥에서 만난 박수미 두레방 소장은 예술흥행(E6)비자를 받고 한국에 들어와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가는 이주여성들의 문제는 인종차별과 관련있다고 말했다. 
ⓒ 손지은 

지난해 2월 20대 필리핀여성 A씨는 필리핀 현지에 있는 한국 기획사의 브로커에게 "한국에서 가수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예술흥행(E6)'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왔다. 기획사가 소개한 업소에 가보니 '가수'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였고, 노래는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불렀다. 특히 업소의 강요에 의해 몇 차례 성매매도 해야 했다.

그가 항의하자 기획사는 다른 업소로 옮겨주었다. 하지만 전에 있던 곳보다 더욱 심하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업소였다. A씨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사업장을 무단으로 이탈해 졸지에 미등록체류자가 된 그는, 필리핀 친구의 도움으로 경기도 평택에 있는 외국인 성매매피해여성 지원시설인 '두레방'을 찾았다.

2005년부터 두레방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보호하는 일을 하는 박수미 두레방 소장(34)은 이를 "명백한 인신매매"라고 정의했다. 흔히 인신매매는 납치나 감금을 수반해야 성립한다고 알지만, 요즘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따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지능화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입국할 때 드는 비용을 한국기획사가 지불하고 후에 임금에서 공제하면, A씨처럼 속아서 취업을 했더라도 기획사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다.

A씨처럼 예술흥행(E6)비자로 한해 2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입국한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에는 2622명, 2013년에는 2420명이었다. 대부분이 필리핀여성이고, 유흥업소로 흘러들어간다.

순수하게 공연을 목적으로 한 일자리도 있지만, 이들을 전부 수용할 만큼 수요가 많지는 않다. 연예인 신분으로 들어왔지만 유흥업소에 취직하면 오직 손님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춘다.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동두천, 평택 등 기지촌에서 이들은 술을 파는 여성을 뜻하는 '주스걸'로 불린다.

박 소장은 이처럼 취업사기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인신매매를 당하는 것은 '인종차별'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책이나 해결의지가 내국인에 비해 차별적이다 싶을 정도로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시설이다. 전국에 성매매피해상담소는 27개지만 외국인여성만을 전담하는 곳은 없다. 성매매피해자지원시설은 40개인데, 외국인이 입소할 수 있는 곳은 평택에 있는 두레방 한 곳이다. 두레방의 도움을 받아 소송으로 자신의 피해를 입증했더라도, 별다른 보상 없이 출국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오는 9월 25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한국 안 인종차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에 앞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12일에 인종차별 실태를 분야별로 점검하는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여는데, '예술흥행비자 이주여성의 실태'도 그 중 한 주제다.

다음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옥에서 박수미 소장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한 해 2000명이 '연예인'으로 들어오지만 대부분 유흥업소로

- 외국 연예인들은 어떤 경로로 한국의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에 취업을 하는가?
"필리핀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현지에 있는 에이전시가 지인이나, 길거리캐스팅으로 만난 여성에게 "노래를 잘 부르는 거 같으니 연예인을 시켜주겠다", "한 달에 백만 원도 더 벌 수 있다"며 한국행을 제안한다.

이런 방법으로 사람이 모이면 한국 기획사의 도움을 받아 예술흥행비자(E6)를 취득하고, 계약된 한국 기획사가 보내주는 곳으로 취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매해 이런 방법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여성들은 2천여 명 정도인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순수한 공연' 무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유흥업소 접객원으로 취업하고, 성매매를 강요받는다. '연예인'이라는 명목으로 데려와 기지촌의 '주스걸'로 활용하는 것이다."

- 유흥접객원으로 일하다 탈출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호소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필리핀 현지에서 밴드로 활동했다거나, 공연 경력이 있는 여성은 한국에 오면 당연히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런데 여기 와서 제일 먼저 보는 것은 동료들이 노래는 하지 않고 손님 옆에서 말 상대를 하며 '주스'를 사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또 성적 스킨십이 있는 춤을 추기도 하고.

이 광경에 놀라 기획사에 항의하면, 거기선 업소를 바꿔주는 방법밖에 없다. E6비자를 받았으니 계속 같은 업종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매매를 강요하는 더 악명 높은 업소로 옮겨지기도 한다. 업주들이 물리적으로 문을 잠그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여권을 압수한다. 또 기획사와 1년 동안 공연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위약금을 무는 게 부담스러워서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사업장을 이탈하면 바로 미등록체류자가 되어 발각 즉시 출국된다. 여성들이 취업사기를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것 또한 인신매매의 일종이다."

- 술 할당량을 정해두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업소 주인들이 주스 할당량을 주고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잔'을 목표로 주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휴일을 주지 않거나, 할당량인 200잔에서 1잔만 모자라도 199잔 판매한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방식이다. 때문에 여성들은 어떻게라도 할당량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한 잔 한 잔 팔아서는 채우기 어려우니 성매매를 뜻하는 '바 파인(Bar Fine)'에 나선다. '바 파인'은 손님이 내주는 벌금인데, 보통 30~40만 원을 업소 주인에게 지불하고 여성을 데리고 나간다. 그러면 업소 주인은 여성의 할당량에서 30~40잔을 제외해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성매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 예술흥행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중에 미등록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얼 뜻하는가?
"사업장을 이탈하면 비자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고용주가 신고하는 즉시 미등록체류자로 분류된다. 단속에 걸리면 강제 퇴거를 당하는 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업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장으로 간다. 가정에서 청소를 하거나 아이돌보미로 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100~150만 원 남짓 저임금을 받고 야간까지 일을 한다. 노동 환경이 열악해도 업소보다는 낫다며 만족한다."

취업 사기로 성매매 피해입고도 마땅한 구제책 없어

- 피해 여성들이 '두레방'의 지원을 받아 형사 소송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소송에 나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먼저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겐 불명예다. 아무리 강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알려지는 걸 두려워한다. 또 업주나 기획사에게 보복을 당할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고로 해당 업소가 문을 닫게 되면 같이 일했던 동료 여성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생계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여성들은 계속 거기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소송을 시작하면 취업에 제한이 있어 쉼터에만 있어야 한다. 소송을 위해서만 체류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취업을 목적으로 왔는데 취업이 제한된다면 차라리 본국으로 돌아가 무직 상태로 있는 게 낫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조용히 귀국하는 걸 택한다. 외국인 여성의 인신매매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해 오고가는 피해 여성이 50명이 넘는데 지금까지 소송을 한 케이스는 18건 밖에 되지 않는다."

- 피해를 입은 여성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어렵게 소송을 통해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도 법적인 구제책이 없어 본국으로 돌아간다. 피해보상금도 500만 원 정도고, 그마저도 국가가 배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부담하는 거라 상대방이 돈이 없으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한 여성에게는 E6비자를 통해 입국했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업종에서 피해 기간에 상응하는 동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취업을 전제로 한 영주권까지 준다.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다가 성매매로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E6비자 발급을 중단할 수는 없다. 대신 엄격한 심사 아래 정말 순수하게 공연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람에게만 발급해야 한다. 또 여성을 속이고 유흥업소로 알선한 기획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업소인 줄 모르고 알선했다'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취업 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적 처분이 필요하다.

노동부의 꾸준하고 실효성 있는 사후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업소들이 야간에 영업하는 데 반해 노동부의 관리감독은 주로 낮시간에 이뤄진다. 실효성이 없다. 또 상담한 여성들이 진술하기로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업소에 온 적이 있는데, 업주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업주들이 여성들을 불러놓고 입단속을 시키기도 한다. 미리 통보하고 단속에 나선다는 뜻이다. 형식적 관리감독이 아니라 내실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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