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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카리브 정상 노예무역 보상안 제시
오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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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 정상, 유럽에 노예무역 보상안 첫 제시


ㆍ금전적 보상 외에 ‘노예 후손’ 가난 타개 대책 요구
ㆍ아프리카 정착 세대 시민권 취득 외교적 해결 촉구

 유럽 노예무역의 주무대였던 중미 카리브해 국가들이 유럽 국가들로부터 노예무역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받게 될까.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에서 10일부터 열리는 카리브해공동체(카리콤) 정상회의 첫날에 15개 회원국이 유럽 국가들에 요구하는 노예무역 보상 요구안이 공개된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요구안 작성을 주도한 중미 바베이도스 역사학자 힐러리 베클스는 요구안이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과거 노예무역을 주도한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모리대의 노예무역 관계 조사자료 데이터를 보면, 카리브해의 영국령 지역에는 약 232만명, 프랑스령에는 약 112만명이 노예로 팔려왔다.

카리브해 국가들의 노예무역 보상 요구 움직임은 지난해 6월부터 급물살을 탔다. 영국 정부가 케냐 마우마우족 5228명에게 1950년대 저지른 가혹 행위에 대해 1990만파운드(약 355억원)를 보상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시기였다. 랄프 곤살베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총리가 중심이 된 카리브해 국가들은 당시 마우마우족과의 협상을 중재한 영국 법률회사 리데이를 법적 대리인으로 선임했다(경향신문 2013년 7월30일자 1·8면 보도). 카리콤 차원에서도 보상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2월 공중보건, 교육, 문화교육 등 요구안에 담을 6가지 주요 주제를 결정했다.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노예무역에 대한 유감과 반성을 표해왔다. 카리브해에서 노예무역을 가장 많이 한 영국도 2007년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가 “매우 슬프고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보상에는 난색을 표했다. 영국 외교부 관계자는 “보상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공개될 요구안에는 금전적 보상보다는 노예무역 때문에 생긴 사회·문화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다. 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는 아프리카 노예 후손들이 가난을 타개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수립하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노예 후손들이 자신의 뿌리인 서부 아프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을 알 수 있도록 카리브해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 사이의 문화 교류를 지원하라는 내용도 있다. 그동안 카리브해에 살던 노예 후손 약 3만명이 아프리카 정착에 성공하긴 했지만 자녀들이 시민권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가나·에티오피아 등을 상대로 외교적 설득에 나서라는 요구사항도 포함됐다.

유럽 국가들이 노예무역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미국 웨인대 로스쿨의 로버트 세들러 교수는 “노예무역은 당대에 불법이 아니었고, 시간이 오래 지난 탓에 피해자들까지 모두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구안 발표가 공식적으로 이뤄지면 카리브해 국가들이 유럽 국가들과 공식적인 법적 대응이나 협상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카리브 국가들의 법적 자문을 맡은 변호사 마틴 데이는 요구 대상국들이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점을 들어 “(대상국엔) 모든 역량을 발휘해 인종차별 근절에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입력 : 2014-03-10 21:28:09ㅣ수정 : 2014-03-10 21: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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