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Homomigrans

 
 


 

 

한국의 인종차별②] 인권단체 '터(TAW)' 정혜실 대표
오승은
관련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2011&CM… [655]
기사 프린트 페이지사회

"파키스탄인이면 까무잡잡? 이효리도 구릿빛이다"
[한국의 인종차별②] 인권단체 '터(TAW)' 정혜실 대표
 
14.08.11 16:22l최종 업데이트 14.08.11 18:00l조혜지(hyezi1208)

"파키스탄인이면 까무잡잡? 이효리도 구릿빛이다"
[한국의 인종차별②] 인권단체 '터(TAW)' 정혜실 대표
 
14.08.11 16:22l최종 업데이트 14.08.11 18:00l조혜지(hyezi1208)

오는 9월 29일, 무토마 루티에르(Mutuma Ruteere) UN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땅을 밟는다. 그의 방한에 맞춰 'UN인종차별특보 방한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사무국'은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 내에 자리잡은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연속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종주의 확산', '미디어 속 인종주의', '예술흥행(E6)비자 이주여성 실태'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만나 해법을 찾아봤다. [편집자말] 
"한국의 다문화는 차별의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이를 부추기고 확장시키는 주체가 바로 미디어다."

인권단체 터(TAW. 경계를 뛰어넘는 아시아여성들)의 정혜실 대표가 "우리나라에는 진짜 다문화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 말이다. 지난 6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글로벌지원 센터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국의 수용자 중심이 아닌 일방적 다문화 정책과 이를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미디어의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문화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 각인의 출처는?

 
▲  정혜실 TAW 대표 
ⓒ 조혜지 
'띠동갑의 어린신부, 신부의 고향을 찾아 냉장고를 선물하고 전기를 수리하는 나이 많은 사위, 친정 부모가 보낸 영상편지에 눈물을 흘리는 피부색 다른 며느리,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녀...'

연상되는 그림은 딱 하나다. 바로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 언뜻 TV를 통해 본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이름도 하나, 둘 떠오른다. 미디어가 각인한 '다문화'의 대표적 이미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대체로 가난하고, 아이들은 왕따나 학습부진을 겪으며, 타국에서 온 신부는 늘 지독한 향수에 시달리는 불행한 집단. 정혜실 대표는 지난 20년간 정부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다문화'라는 새로운 집단적 차별을 줄곧 목도해 왔다. 그 역시 1994년 파키스탄인 남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제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라는 (특강) 수업을 하는데, 늘 첫 질문으로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다문화의 이미지를 묻는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빈곤, 왕따, 학습부진, 도와줘야 할 사람, 소외 계층. 전부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 내가 다시 묻는다. '너희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됐냐'고."

다시 나온 아이들의 대답도 어김없이 한결같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이나 인물을 다룬 TV 교양프로그램과 뉴스,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가 전달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녀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뭐 특별히 교육을 받았겠나. 다문화에 대해 말해줄 사람, 실제로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웃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느낀 게 아니라는 거다. 미디어를 통해 흡수한 것이다."

 
▲  진정한 '다문화주의'를 위한 미디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 KBS <러브인아시아>홈페이지 갈무리 

"다문화 가정마다 맥락있는데, 집단적 정체성 부여"

정 대표가 미디어 속 인종주의를 모니터링 할 때마다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다. '다문화'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함께 따라 나오는 키워드를 분석해보는 것이다. 검색 결과는 곧 아이들 대답과 일치한다.

지원대상, 소외계층, 혼혈, 자녀문제, 외국인 밀집, 범죄. 부정적 단어들이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터'를 비롯한 인권단체가 신문과 공중파 방송사를 대상으로 2012년 7월 1일부터 2014년 7월 31일까지 모니터링 한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라는 키워드는 총 3만656건이었고, 연관 검색어 중 '지원 대상'은 6963건, '혼혈'은 1287건에 달했다.

그녀는 "다문화는 사실 백인·흑인처럼 인종 언어가 아닌데도 하나의 인종 집단으로 분류돼 버렸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보살핌이 필요한 집단, 경제적으로 가난한 노동자 집단 등의 새로운 계급적 집단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문화 가정 개개마다 복잡한 삶의 맥락들이 있는데도 이들에게 '다문화'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녀는 이런 집단적 차별은 유대인 대학살을 조장했던 홀로코스트의 성격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다문화 집단과 관련된 '문제'만 부각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정 대표는 "다문화 아이들의 학습 부진을 기사화 하면서 그들의 불행한 성장을 예측하고, 미래 우리 사회의 문제적 근원으로 과장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학습이나 성찰 없이 함부로 그들의 삶을 예단하고 이를 뉴스가치로 생각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의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이슬람 문화'다. 다양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한 문화의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제시하는 이슬람의 키워드는 특정 이미지로 한정돼 있다.

그녀가 모니터링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을 때 함께 뜨는 검색 키워드는 '테러', '명예살인', '여성할례', '분쟁' 등이었다. 그녀는 "아들과 뉴스를 보는데 '빵' 터졌다. 리포터가 나와서 '이제 국제 연예뉴스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하고는 전부 할리우드 뉴스만 전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미디어에서 문화라는 건 전부 서구문화로 통칭되고, 외부문화, 특히 이슬람 문화의 경우 테러, 분쟁 등의 이미지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 매체들이 각인시킨 무슬림의 이미지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가장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만 편집해 지속, 반복적으로 무슬림과 테러를 연결해 비췄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제로 한 해 명예살인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0명에 이르지만 한 해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미국 아동의 숫자는 7000여 명"이라며 "둘 다 슬픈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미디어에서 부각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고 비판했다.

미디어가 바라보는 문화의 상대적 잣대는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미디어가 주입한 인종주의적 인식은 어떤 여과장치 없이 우리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다시 입으로 구전된다. 각인된 비정상은 정상의 얼굴을 하고 반성없는 폭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잠깐 축구를 했는데, 한 기자가 내게 아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축구를 너무나 잘해서? 아니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혼혈', 파키스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의 아이. 그 기자가 떠올린 뉴스의 '가치'였다. 당시 정 대표의 아들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다문화라는 틀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 시스템의 편견을 자신도 모르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자의 편견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한 번은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전화로 아이가 수업시간에 졸았다고 전하면서 혹시 한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더라. 내 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를 보냈다. 아들에게 물으니, 수업 당시 대부분의 아이가 졸았다고 했다. 이 선생님과 기자의 편견은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제작자 의식개혁 없이는 악순환 반복될 뿐

근원을 찾아야 해법이 보인다. 인종주의를 제도적으로 공고화하는 정부 정책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이를 어떤 검증도 없이 전달해 하나의 사회 프레임으로 만드는 미디어에 더 큰 동인이 있다는 게 정 대표의 분석이다. 시청자보단 제작자의 자기반성이 앞서야하는 이유다.

최근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자막에 흑인 사위를 두고 '검은 사위'라 지칭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정 대표가 해당 프로그램 방송 작가에게 항의했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왜 그러시냐"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흑형'이라는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  홍어를 먹어야 진정한 한국인? 시청률 지상주의에 치우친 미디어 속 잘못된 인종주의 
ⓒ KBS 인포테인먼트 <스펀지> 화면 갈무리 

지난 2012년 <KBS> '스펀지'에서 외국인 출연자에게 낙지와 홍어 등 한국의 특색 음식을 '강제로' 먹게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정 대표는 "한국 사람도 못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넌 어디까지 한국에 동화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테스트한 것"이라며 "이런 일방적인 동화주의 또한 다문화주의를 추구한다는 취지를 벗어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그런 프로그램이, 그리고 그런 언어가 스스럼없이 화면에 등장할 수 있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캐나다 방송법의 경우 인종주의에 대한 특정 고정관념을 아주 구체적으로 서술해뒀다"며 "우리는 아예 그런 개념조차 명시된 법제나 방송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작 가이드라인과 방송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순 없다"면서 "단지 '차별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정 대표는 "다문화 이웃을 사랑하자!"는 딱딱한 캠페인보다 제대로 된 미디어 프로그램 하나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공부하듯이가 아니라 재밌고 가벼운 주제를 통해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의 가치관과 차이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피부가 까무잡잡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효리도 구릿빛 피부 아닌가. 파키스탄도 산악지대와 저지대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다. 미디어가 저도 모르게 강조하는 언어와, 또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다문화 가정의 사생활 등에 주의해야 한다."

미디어 속 인종주의를 걸러내는 모니터링을 위한 정부기관의 물질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정 대표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시의 적절하게 권고하고 수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연말에 모두 몰아서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감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예산 지원도 함께 줄어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힘든 상황이다.

정 대표는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에서 '한국의 미디어 속 인종주의'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다문화에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인종적 언어로 각인시키는 미디어 환경, 공정성을 벗어난 반 이슬람적 정서 전달 등을 강력하게 비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제도화 되지 않은 인종주의, 인종차별을 법에서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함께 포괄하고 깊이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만한 역할을 해줄 국가인권위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인종주의, 이슬람, 정혜실, 다문화 태그입력
공 유 하 기
0페이스북
6트위터
2댓글
이메일
오블

미투데이 싸이공감

URL줄이기
복사

스크랩
점 수 주 기
-5
-4
-3
-2
-1
0
+1
+2
+3
+4
+5
 
+115 -20
95점

랭킹30기사

원고료 주기
현재 0명이 응원합니다.

0원



10만인클럽
이 기사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의 소중한 후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10만인 클럽 동참하기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4 OhmyNews오탈자신고



오는 9월 29일, 무토마 루티에르(Mutuma Ruteere) UN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서울땅을 밟는다. 그의 방한에 맞춰 'UN인종차별특보 방한대응 시민사회단체 공동사무국'은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오마이뉴스>는 한국 내에 자리잡은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연속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종주의 확산', '미디어 속 인종주의', '예술흥행(E6)비자 이주여성 실태'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만나 해법을 찾아봤다. [편집자말] 
"한국의 다문화는 차별의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이를 부추기고 확장시키는 주체가 바로 미디어다."

인권단체 터(TAW. 경계를 뛰어넘는 아시아여성들)의 정혜실 대표가 "우리나라에는 진짜 다문화주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 말이다. 지난 6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글로벌지원 센터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한국의 수용자 중심이 아닌 일방적 다문화 정책과 이를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미디어의 행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문화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 각인의 출처는?

 
▲  정혜실 TAW 대표 
ⓒ 조혜지 
'띠동갑의 어린신부, 신부의 고향을 찾아 냉장고를 선물하고 전기를 수리하는 나이 많은 사위, 친정 부모가 보낸 영상편지에 눈물을 흘리는 피부색 다른 며느리,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녀...'

연상되는 그림은 딱 하나다. 바로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가정. 언뜻 TV를 통해 본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프로그램 이름도 하나, 둘 떠오른다. 미디어가 각인한 '다문화'의 대표적 이미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대체로 가난하고, 아이들은 왕따나 학습부진을 겪으며, 타국에서 온 신부는 늘 지독한 향수에 시달리는 불행한 집단. 정혜실 대표는 지난 20년간 정부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다문화'라는 새로운 집단적 차별을 줄곧 목도해 왔다. 그 역시 1994년 파키스탄인 남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제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라는 (특강) 수업을 하는데, 늘 첫 질문으로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다문화의 이미지를 묻는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빈곤, 왕따, 학습부진, 도와줘야 할 사람, 소외 계층. 전부 아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럼 내가 다시 묻는다. '너희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됐냐'고."

다시 나온 아이들의 대답도 어김없이 한결같다고 한다. 다문화가정이나 인물을 다룬 TV 교양프로그램과 뉴스,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가 전달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그녀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뭐 특별히 교육을 받았겠나. 다문화에 대해 말해줄 사람, 실제로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웃들과의 교류 등을 통해 느낀 게 아니라는 거다. 미디어를 통해 흡수한 것이다."

 
▲  진정한 '다문화주의'를 위한 미디어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 KBS <러브인아시아>홈페이지 갈무리 

"다문화 가정마다 맥락있는데, 집단적 정체성 부여"

정 대표가 미디어 속 인종주의를 모니터링 할 때마다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다. '다문화'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함께 따라 나오는 키워드를 분석해보는 것이다. 검색 결과는 곧 아이들 대답과 일치한다.

지원대상, 소외계층, 혼혈, 자녀문제, 외국인 밀집, 범죄. 부정적 단어들이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다. '터'를 비롯한 인권단체가 신문과 공중파 방송사를 대상으로 2012년 7월 1일부터 2014년 7월 31일까지 모니터링 한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라는 키워드는 총 3만656건이었고, 연관 검색어 중 '지원 대상'은 6963건, '혼혈'은 1287건에 달했다.

그녀는 "다문화는 사실 백인·흑인처럼 인종 언어가 아닌데도 하나의 인종 집단으로 분류돼 버렸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들을 보살핌이 필요한 집단, 경제적으로 가난한 노동자 집단 등의 새로운 계급적 집단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문화 가정 개개마다 복잡한 삶의 맥락들이 있는데도 이들에게 '다문화'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다."

그녀는 이런 집단적 차별은 유대인 대학살을 조장했던 홀로코스트의 성격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다문화 집단과 관련된 '문제'만 부각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진짜 '문제'라고 했다. 정 대표는 "다문화 아이들의 학습 부진을 기사화 하면서 그들의 불행한 성장을 예측하고, 미래 우리 사회의 문제적 근원으로 과장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학습이나 성찰 없이 함부로 그들의 삶을 예단하고 이를 뉴스가치로 생각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의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은 바로 '이슬람 문화'다. 다양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한 문화의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가 제시하는 이슬람의 키워드는 특정 이미지로 한정돼 있다.

그녀가 모니터링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을 때 함께 뜨는 검색 키워드는 '테러', '명예살인', '여성할례', '분쟁' 등이었다. 그녀는 "아들과 뉴스를 보는데 '빵' 터졌다. 리포터가 나와서 '이제 국제 연예뉴스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하고는 전부 할리우드 뉴스만 전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미디어에서 문화라는 건 전부 서구문화로 통칭되고, 외부문화, 특히 이슬람 문화의 경우 테러, 분쟁 등의 이미지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 매체들이 각인시킨 무슬림의 이미지가 바로 대표적인 예다. 가장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만 편집해 지속, 반복적으로 무슬림과 테러를 연결해 비췄기 때문이다. 그녀는 "실제로 한 해 명예살인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0명에 이르지만 한 해 총기 사고로 사망하는 미국 아동의 숫자는 7000여 명"이라며 "둘 다 슬픈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미디어에서 부각하는 방향은 사뭇 다르다"고 비판했다.

미디어가 바라보는 문화의 상대적 잣대는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미디어가 주입한 인종주의적 인식은 어떤 여과장치 없이 우리의 머릿속으로 들어와 다시 입으로 구전된다. 각인된 비정상은 정상의 얼굴을 하고 반성없는 폭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잠깐 축구를 했는데, 한 기자가 내게 아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축구를 너무나 잘해서? 아니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혼혈', 파키스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의 아이. 그 기자가 떠올린 뉴스의 '가치'였다. 당시 정 대표의 아들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다문화라는 틀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 시스템의 편견을 자신도 모르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기자의 편견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

"한 번은 (아들의) 담임선생님이 전화로 아이가 수업시간에 졸았다고 전하면서 혹시 한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더라. 내 아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10대를 보냈다. 아들에게 물으니, 수업 당시 대부분의 아이가 졸았다고 했다. 이 선생님과 기자의 편견은 과연 개인만의 문제일까?"

제작자 의식개혁 없이는 악순환 반복될 뿐

근원을 찾아야 해법이 보인다. 인종주의를 제도적으로 공고화하는 정부 정책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이를 어떤 검증도 없이 전달해 하나의 사회 프레임으로 만드는 미디어에 더 큰 동인이 있다는 게 정 대표의 분석이다. 시청자보단 제작자의 자기반성이 앞서야하는 이유다.

최근 모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자막에 흑인 사위를 두고 '검은 사위'라 지칭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정 대표가 해당 프로그램 방송 작가에게 항의했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왜 그러시냐"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흑형'이라는 단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  홍어를 먹어야 진정한 한국인? 시청률 지상주의에 치우친 미디어 속 잘못된 인종주의 
ⓒ KBS 인포테인먼트 <스펀지> 화면 갈무리 

지난 2012년 <KBS> '스펀지'에서 외국인 출연자에게 낙지와 홍어 등 한국의 특색 음식을 '강제로' 먹게 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정 대표는 "한국 사람도 못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넌 어디까지 한국에 동화될 수 있느냐'는 식으로 테스트한 것"이라며 "이런 일방적인 동화주의 또한 다문화주의를 추구한다는 취지를 벗어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그런 프로그램이, 그리고 그런 언어가 스스럼없이 화면에 등장할 수 있는 현실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캐나다 방송법의 경우 인종주의에 대한 특정 고정관념을 아주 구체적으로 서술해뒀다"며 "우리는 아예 그런 개념조차 명시된 법제나 방송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작 가이드라인과 방송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순 없다"면서 "단지 '차별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항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정 대표는 "다문화 이웃을 사랑하자!"는 딱딱한 캠페인보다 제대로 된 미디어 프로그램 하나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공부하듯이가 아니라 재밌고 가벼운 주제를 통해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의 가치관과 차이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피부가 까무잡잡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효리도 구릿빛 피부 아닌가. 파키스탄도 산악지대와 저지대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다. 미디어가 저도 모르게 강조하는 언어와, 또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되는 다문화 가정의 사생활 등에 주의해야 한다."

미디어 속 인종주의를 걸러내는 모니터링을 위한 정부기관의 물질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정 대표는 "문제가 발견됐을 때 시의 적절하게 권고하고 수정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연말에 모두 몰아서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감시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예산 지원도 함께 줄어 제대로 된 모니터링이 힘든 상황이다.

정 대표는 오는 12일 '2014 한국 인종차별 실태 보고대회'에서 '한국의 미디어 속 인종주의'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다문화에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인종적 언어로 각인시키는 미디어 환경, 공정성을 벗어난 반 이슬람적 정서 전달 등을 강력하게 비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제도화 되지 않은 인종주의, 인종차별을 법에서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함께 포괄하고 깊이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만한 역할을 해줄 국가인권위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2014 OhmyNews   

ohmyNews
 
      © Since 2009, Korean Society for Migration History